07.덱 이야기 · The Decks
라이더-웨이트-스미스·마르세유·토트 — 세 덱의 차이
가장 널리 쓰이는 세 타로 덱이 그림·번호·이름에서 어떻게 다른지 비교합니다.
타로 카드를 처음 사러 가면 비슷한 이름의 덱이 수십 가지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상당수는 세 갈래의 큰 전통 가운데 하나에서 갈라져 나온 것입니다. 오래된 마르세유 타로,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라이더-웨이트-스미스(RWS), 그리고 상징 체계를 깊게 파고든 토트 타로입니다. 세 덱이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알아 두면, 어떤 덱을 손에 들어도 길을 잃지 않습니다.
마르세유 — 숫자와 문양으로 읽는 덱
마르세유 타로는 17~18세기 프랑스에서 목판으로 찍어 내던 카드 전통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한 사람이 만든 덱이 아니라 여러 제작자가 비슷한 도안을 이어 온 계보에 가깝고, 굵은 윤곽선과 빨강·파랑·노랑 같은 단순한 색이 특징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번호 카드입니다. 메이저 아르카나 22장과 궁정 카드에는 인물이 그려져 있지만, 에이스부터 10까지의 번호 카드에는 장면이 없습니다. 컵 5라면 컵 다섯 개가 문양처럼 배치되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마르세유로 읽을 때는 숫자의 뜻과 수트의 성격을 엮어 의미를 끌어내는 방식이 중심이 됩니다. 그림이 이야기를 대신 들려주지 않으니, 처음에는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라이더-웨이트-스미스 — 78장 모두에 장면이 있는 덱
RWS는 1909년 영국에서 나온 덱으로,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가 구성을 맡고 파멜라 콜먼 스미스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출판사 이름(라이더)을 따 '라이더-웨이트'라고도 부르지만, 그림을 그린 스미스의 몫을 살려 세 이름을 함께 쓰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 덱의 가장 큰 특징은 번호 카드 하나하나에도 사람과 장면을 그려 넣었다는 점입니다. 컵 5를 펼치면 쏟아진 컵 앞에서 고개를 숙인 인물과, 그 뒤에 아직 서 있는 컵 두 개가 보입니다. 숫자를 외우지 않아도 그림을 따라가며 상황을 떠올릴 수 있는 셈입니다. 오늘날 나오는 수많은 덱이 RWS의 구도를 바탕으로 그림만 새로 그린 것이라, 사실상 현대 타로의 표준처럼 쓰입니다. 이 사이트의 기본 덱도 1909년 RWS 그림입니다.
토트 — 크롤리의 체계를 담은 덱
토트 타로는 알레이스터 크롤리가 구상하고 프리다 해리스가 그림을 그린 덱입니다. 1940년 전후에 그림이 완성되었고, 덱으로 널리 출판된 것은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인 1969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점성술·카발라·연금술의 대응을 빽빽하게 담아, 색과 기하학적 무늬가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토트는 몇몇 카드의 이름부터 다릅니다.
- 힘은 '욕망(Lust)'으로 바뀌었습니다.
- 정의는 '조정(Adjustment)'이 되었습니다.
- 절제는 '기예(Art)', 심판은 '아이온(The Aeon)', 세계는 '우주(The Universe)'라고 부릅니다.
- 궁정 카드는 페이지·나이트·퀸·킹 대신 프린세스·프린스·퀸·나이트로 짜여 있고, 펜타클 수트는 '원반(Disks)'이라고 부릅니다.
번호 카드에는 RWS처럼 인물 장면이 없는 대신, 문양 위에 '실망', '평화' 같은 짧은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이름은 달라도 카드가 가리키는 큰 방향은 대체로 이어지지만, 크롤리 고유의 해석이 덧붙은 부분이 있어 따로 공부해 볼 만한 덱입니다.
힘과 정의는 왜 자리를 바꿨을까
덱을 나란히 놓으면 눈에 띄는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마르세유에서는 정의가 8번, 힘이 11번인데, RWS에서는 힘이 8번, 정의가 11번입니다.
이 순서는 웨이트가 몸담았던 황금여명회의 가르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황금여명회는 메이저 아르카나 22장을 히브리 문자 22자에 차례로 대응시키고, 각 문자에 별자리·행성·원소를 짝지었습니다. 그 순서를 따르면 사자자리는 8번 자리에, 천칭자리는 11번 자리에 오게 됩니다. 사자를 어루만지는 여인이 그려진 힘을 사자자리 자리에, 저울을 든 정의를 천칭자리 자리에 맞추려고 두 카드의 번호를 맞바꾼 것이고, 웨이트가 이 순서를 RWS 덱에 그대로 담으면서 널리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토트는 이 문제를 다르게 풀었습니다. 크롤리는 옛 번호를 그대로 두어 조정(정의)을 8번, 욕망(힘)을 11번에 놓고, 카드와 별자리의 짝은 유지한 채 순서가 엇갈리는 것을 체계 안에서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카드라도 덱에 따라 번호가 다를 수 있습니다. 번호보다 카드 이름과 그림을 기준으로 찾으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처음이라면 RWS를 권하는 이유
세 덱 모두 오랜 시간 쓰여 온 좋은 도구입니다. 다만 처음 타로를 배운다면 RWS로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 그림이 해석의 실마리가 됩니다. 78장 모두에 장면이 있어, 뜻을 외우기 전에도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 자료가 가장 많습니다. 대부분의 입문서와 해설이 RWS를 기준으로 쓰여 있어, 서로 비교해 가며 익히기 좋습니다.
- 다른 덱으로 넘어가기 쉽습니다. RWS의 구조와 상징에 익숙해지면, 마르세유의 숫자 읽기나 토트의 상징 체계로 옮겨 갈 때 기준점이 생깁니다.
다른 덱을 써도 이 사이트의 해석은 통합니다
이 사이트의 카드 해석은 RWS를 바탕으로 쓰였지만, 78장의 구성과 각 카드의 큰 방향은 세 전통이 상당 부분 공유합니다. 가지고 있는 덱이 마르세유든 토트든, 카드 이름을 기준으로 찾아 읽으면 기본 의미는 그대로 참고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만 기억해 두세요. 번호가 다른 힘과 정의는 이름으로 찾고, 토트의 욕망은 힘, 조정은 정의, 기예는 절제, 아이온은 심판, 우주는 세계, 원반은 펜타클로 바꿔 읽으면 됩니다. 토트의 궁정 카드는 흔히 프린세스를 페이지, 프린스를 나이트, 나이트를 킹에 견주어 읽지만, 덱마다 인물의 성격이 조금씩 다르니 참고 정도로 삼으세요. 「그림과 상징」 항목은 RWS 그림을 기준으로 설명하므로, 내 덱의 그림과 다른 부분은 그 덱의 그림을 직접 들여다보며 나만의 해석을 더해 보세요. 덱은 달라도 카드 앞에서 스스로에게 묻는 일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