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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타로의 역사 · History

타로의 역사 — 카드 놀이에서 점술로

15세기 이탈리아의 카드 놀이에서 시작해 마르세유 덱, 황금여명회, 라이더-웨이트-스미스 덱까지 타로가 걸어온 길.

오늘날 타로는 점을 보는 카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처음부터 그런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시작은 귀족들이 즐기던 카드 놀이였고, 점술과 상징의 옷을 입은 것은 그로부터 300년쯤 지난 18세기의 일입니다. 놀이 카드가 어떻게 지금의 타로가 되었는지 그 길을 시대 순서로 따라가 봅니다.

북이탈리아의 카드 놀이, 트리온피

유럽에 카드가 들어온 것은 14세기 후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네 가지 무늬로 이루어진 이 카드에 그림 카드 한 벌을 더한 것이 타로의 시작입니다. 15세기 전반 밀라노·페라라 같은 북이탈리아 궁정에서 이런 카드가 만들어졌고, 당시에는 '트리온피(승리의 카드)'라고 불렸습니다. '타로키'라는 이름은 16세기 무렵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카드는 점을 치는 도구가 아니라 놀이 도구였습니다. 덧붙인 그림 카드가 다른 카드를 이기는 '으뜸패' 노릇을 하는, 패를 한 장씩 내어 겨루는 놀이였습니다. 지금도 프랑스와 중부 유럽 일부에서는 타로 카드로 하는 놀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시기의 카드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밀라노의 비스콘티 가문과 스포르차 가문을 위해 만든 비스콘티-스포르차 덱입니다. 손으로 그리고 금박을 입힌 화려한 카드로, 여러 벌이 흩어진 채 일부만 전해집니다. 이 덱에서도 바보나 죽음 같은 익숙한 인물을 찾아볼 수 있지만, 이때의 그림은 상징 체계라기보다 당시 사람들에게 친숙한 덕목·신분·행렬의 모습에 가까웠습니다.

마르세유 타로, 하나의 틀이 되다

16~18세기를 거치며 타로는 목판으로 찍어 내는 대중적인 카드가 되었습니다. 그중 프랑스에서 널리 퍼진 도안을 오늘날 마르세유 타로라고 부릅니다. 장 노블레, 니콜라 콩베르 같은 카드 제작자의 판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78장 구성은 이탈리아에서 이미 갖춰져 있었지만, 마르세유 타로는 오늘날 메이저 아르카나 22장과 마이너 아르카나 56장으로 부르는 이 구성의 도안을 하나의 표준처럼 굳혔습니다. 다만 숫자 카드에는 장면 없이 칼·컵·막대·동전 같은 무늬만 규칙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숫자 카드에까지 이야기가 담긴 그림은 훨씬 뒤에 등장합니다.

이집트 기원설과 점술의 시작

타로가 신비한 책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후반 프랑스에서입니다. 학자 앙투안 쿠르 드 제블랭은 1781년 무렵 펴낸 책에서, 타로가 고대 이집트의 지혜를 담은 책의 흔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근거가 없었고, 이집트 문자가 해독된 뒤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타로의 이집트 기원설을 역사적 사실로 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설은 큰 영향을 남겼습니다. 비슷한 시기 '에틸라'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장바티스트 알리에트는 타로로 점을 치는 방법을 책으로 펴내고 점술용 카드를 따로 만든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드 놀이가 점술 도구로 쓰이기 시작한 흐름이 이때 뚜렷해집니다.

엘리파스 레비와 황금여명회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신비주의 저술가 엘리파스 레비는 메이저 아르카나 22장을 히브리 문자 22자와 짝지어 카발라와 잇는 해석을 체계적으로 펼쳤습니다. 이로써 타로는 카발라·점성술·연금술과 이어진 상징 체계로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이 흐름을 이어받은 곳이 1888년 런던에서 세워진 비밀 결사 황금여명회입니다. 황금여명회는 카드마다 원소·별자리·행성·히브리 문자를 정리해 붙였고, 이 대응표는 지금도 많은 타로 해석의 바탕이 됩니다. 이 사이트의 카드 대응도 황금여명회 기준을 따릅니다. 이 과정에서 힘를 8번, 정의를 11번으로 놓는 배열이 생겼는데, 마르세유 타로에서는 두 카드의 번호가 서로 반대입니다.

1909년, 라이더-웨이트-스미스 덱

황금여명회 회원이던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는 화가 파멜라 콜먼 스미스와 함께 새 덱을 만들어 1909년 런던의 라이더 출판사에서 내놓았습니다. 흔히 라이더-웨이트 덱, 요즘은 그림을 그린 스미스의 이름까지 넣어 라이더-웨이트-스미스 덱이라고 부릅니다.

이 덱의 가장 큰 변화는 숫자 카드에도 사람과 장면을 그려 넣은 것입니다. 무늬만 있던 카드가 이야기를 품게 되면서, 상징을 외우지 않아도 그림을 보고 뜻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미스는 15세기 이탈리아의 솔라 부스카 타로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세 자루 칼이 심장을 꿰뚫은 소드 3의 구도가 그 예로 자주 꼽힙니다. 이 사이트의 카드 그림도 1909년 원판을 바탕으로 합니다.

크롤리와 프리다 해리스의 토트 덱

20세기에 나온 또 하나의 큰 줄기는 토트 덱입니다. 역시 황금여명회 출신인 알레이스터 크롤리가 구상하고 화가 프리다 해리스가 그렸습니다. 1930년대 말부터 몇 해에 걸쳐 그림을 완성했지만, 카드로 인쇄되어 널리 나온 것은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인 1969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토트 덱은 점성술·카발라의 상징을 훨씬 촘촘하게 넣었고, 일부 카드의 이름과 순서를 바꾸었습니다. 기하학적인 선과 강한 색감 때문에 라이더-웨이트-스미스 덱과는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놀이에서 성찰의 도구로

정리하면 타로는 이탈리아 궁정의 놀이 카드로 태어나, 프랑스에서 하나의 틀을 갖추고, 18~19세기 신비주의자들의 손을 거쳐 상징의 책이 되었으며, 20세기 영국에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그림을 얻었습니다. 고대의 비밀이라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지만, 수백 년 동안 여러 사람이 덧붙인 상징 덕분에 카드 한 장에 담긴 이야기가 그만큼 깊어졌습니다.

그래서 타로를 대할 때는 정해진 미래를 알려 주는 물건이라기보다, 오랜 세월 쌓인 그림과 상징을 빌려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도구로 여겨 보세요. 그 편이 타로가 걸어온 길에도 더 잘 어울립니다.